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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청소기를 하나 사려고 노트북을 열었다.
예전 같으면 검색창에 제품명을 입력했을 것이다. 쇼핑몰 몇 곳을 돌아다니며 가격을 비교하고, 블로그 리뷰를 읽고, 유튜브에서 사용 영상을 찾아봤을 것이다. 브라우저 위에는 탭이 열 개쯤 남았을 테고, 마지막에는 처음 본 제품으로 다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조금 다르다.
“소음이 적고, 고양이 털을 잘 빨아들이며, 무겁지 않은 무선청소기를 찾아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에게 이렇게 말하면 된다. 제품 이름을 몰라도 괜찮다. 어떤 브랜드가 있는지 미리 알 필요도 없다. 필요한 조건을 설명하면 AI가 여러 제품을 찾아 차이를 정리해준다.
소비자가 제품을 찾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전에 다른 선택이 시작된다.
AI가 어떤 상품을 비교 대상으로 올리고, 무엇을 근거로 추천하며, 어떤 브랜드를 후보 밖에 둘 것인지 판단하는 과정이다.
WHAT CHANGED
- 상품 탐색이 검색 결과를 직접 살펴보는 방식에서 AI가 정리한 후보를 받아보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 가격, 재고, 배송, 리뷰와 상품 속성이 브랜드 광고만큼 중요한 추천 정보가 되고 있다.
- 브랜드 경쟁의 일부가 검색 순위에서 AI가 만드는 짧은 추천 목록 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AI 쇼핑은 무엇이 달라진 것인가
검색은 선택지를 펼쳐놓는 일이었다.
사용자가 검색어를 입력하면 검색엔진은 여러 링크를 보여줬다. 어느 링크를 누를지, 무엇을 믿을지, 어떤 제품을 살지는 결국 사람이 정했다. 브랜드가 검색 결과의 첫 페이지에 들어가기 위해 검색엔진 최적화(Search Engine Optimization, SEO)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AI 쇼핑은 이 과정의 일부를 앞쪽에서 가져간다.
오픈AI(OpenAI)는 2025년 11월 쇼핑 리서치를 공개했다. 사용자가 원하는 조건을 설명하면 인터넷의 상품 정보와 판매처를 조사하고, 주요 차이와 장단점을 구매 가이드로 정리하는 기능이다.
2026년 3월에는 가격과 리뷰, 주요 기능을 시각적으로 비교하는 상품 탐색 경험으로 확대했다. 사용자는 여러 사이트를 직접 오가지 않고도 대화 안에서 조건을 바꾸고 후보를 좁힐 수 있다.
구글도 2026년 1월 유니버설 커머스 프로토콜(Universal Commerce Protocol, UCP)을 발표했다. AI 에이전트와 판매자 시스템이 상품 발견부터 장바구니, 결제와 구매 이후 지원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공통 규격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아마존은 숍 다이렉트(Shop Direct)를 통해 아마존에서 직접 판매하지 않는 외부 판매자의 제품까지 보여준다. 일부 상품은 바이 포 미(Buy for Me)를 통해 AI가 판매자의 웹사이트에서 구매 절차를 대신 진행한다.
구분해서 볼 지점
AI가 모든 구매 결정을 독자적으로 내린다는 뜻은 아니다. 현재 더 빠르게 바뀌고 있는 부분은 최종 결제보다 그 이전의 상품 발견과 비교다. 소비자가 직접 시장 전체를 살펴보기 전에 AI가 비교할 후보와 판단 기준을 먼저 정리하기 시작했다.
검색 결과에서 추천 후보로
검색 결과에서는 사용자가 수십 개의 상품을 직접 살펴볼 수 있다. 첫 페이지에서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지 못하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도 있다.
AI가 작성한 답변은 그보다 짧다. 사용자의 예산과 목적에 맞는 몇 개의 제품을 고르고,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는 방식에 가깝다.
이 과정이 편리해질수록 소비자가 직접 확인하는 상품의 수는 줄어들 수 있다. AI가 세 개의 제품을 추천했다면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제품은 품질이 나빠서가 아니라 답변의 길이 때문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수많은 브랜드가 존재해도 소비자가 실제로 보는 것은 AI가 정리한 짧은 후보 목록일 수 있다.
상품을 발견하는 방식이 바뀌면 브랜드의 첫 번째 접점도 달라진다.
지금까지 브랜드는 소비자의 눈에 띄는 방법을 고민했다. 앞으로는 사람에게 보이기 전에 AI가 상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도 필요해진다.
브랜드가 사람의 기억 속에서만 경쟁하던 시장에서 AI가 만드는 후보 목록 안에서도 경쟁하는 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브랜드는 이제 두 가지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그동안 브랜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을 고민했다.
좋은 이름을 만들고, 기억에 남는 문장을 쓰고, 제품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사진을 골랐다. 같은 기능을 가진 제품이라도 어떤 이야기를 입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가격과 의미를 얻었다.
이 일은 앞으로도 중요하다. 다만 그 이야기가 사람에게 도착하기 전에 AI가 상품을 읽는 시간이 생겼다.
사람이 읽는 언어
브랜드 이야기, 이미지, 촉감에 대한 표현, 익숙함, 취향과 사용 경험이다. 사람은 ‘포근한 촉감’이나 ‘오래 곁에 둘 물건’이라는 문장에서 의미를 읽을 수 있다.
AI가 비교하는 정보
가격, 재고, 소재, 크기, 기능, 호환성, 배송일과 반품 조건처럼 확인 가능한 정보다. 표현보다 조건을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판매 채널이 제공하는 데이터
상품 피드와 구조화 데이터, 판매자 정보, 리뷰, 실시간 가격과 재고가 포함된다. 채널마다 다른 정보가 등록돼 있으면 정확한 비교가 어려워진다.
구매 이후에 남는 경험
포장, 배송, 고객 응대, 실제 품질과 수리 경험이다. AI가 추천 후보를 고를 수는 있지만, 제품을 사용하며 만들어지는 경험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사람에게는 의미를 전달하고, 기계에는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
AI는 어떤 정보를 읽고 상품을 비교하는가
모든 AI 쇼핑 서비스가 동일한 기준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질문의 내용과 상품 종류, 플랫폼이 확보한 데이터에 따라 추천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다만 현재 공개된 기능을 보면 몇 가지 공통된 정보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 정보 영역 | AI가 확인할 수 있는 정보 | 브랜드가 관리할 지점 |
|---|---|---|
| 상품 식별 | 상품명, 모델 번호, 옵션, 카테고리 | 판매 채널마다 동일한 이름과 식별 정보를 사용해야 한다. |
| 구매 조건 | 가격, 할인, 재고, 배송 예정일 | 상품 피드와 실제 판매 화면의 정보가 일치해야 한다. |
| 제품 적합성 | 기능, 소재, 크기, 성능, 호환성 | 핵심 사양을 이미지에만 넣지 말고 텍스트와 데이터로 제공해야 한다. |
| 신뢰 | 리뷰, 판매자 정보, 보증, 반품 정책 | 브랜드의 주장과 실제 구매 조건이 서로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
오픈AI는 상품 탐색에 판매자가 제공한 상품 데이터와 공개된 웹 정보를 활용한다고 설명한다. 구글의 UCP는 AI 에이전트가 판매자의 카탈로그에서 실시간 가격과 재고를 확인하도록 지원한다.
아마존도 Shop Direct에 참여하는 판매자가 외부 상품 피드를 연결해 카탈로그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화려한 상세페이지를 만드는 일과 정확한 상품 정보를 관리하는 일이 더 이상 별개의 작업이 아닌 이유다.
작은 브랜드에는 기회인가 위기인가
사람은 익숙한 이름을 선택하기도 한다.
광고에서 자주 본 제품, 좋아하는 인물이 사용하는 제품, 친구가 추천한 브랜드에 마음이 기운다. 가격이나 성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선택도 많다.
AI가 개입하는 비교에서는 다른 조건이 추가된다.
사용자가 “브랜드와 상관없이 가벼운 제품”, “이번 주 안에 받을 수 있는 상품”, “반품이 쉽고 소음이 적은 제품”을 요청하면 인지도만으로는 답을 만들기 어렵다.
제품의 용도와 차이가 분명하고, 가격과 재고가 최신 상태이며, 구매 이후의 조건까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변화가 작은 브랜드에 불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광고 예산은 작더라도 특정한 사용 상황에서 장점이 분명하고, 상품 정보와 고객 평가가 일관되게 축적되어 있다면 구체적인 질문에서 후보가 될 가능성이 생긴다.
반대로 이름은 널리 알려졌지만 정보가 오래되었거나 판매 채널마다 내용이 다른 브랜드는 AI의 비교 과정에서 불확실한 상품으로 남을 수 있다.
BRAND READINESS CHECKLIST
- 상품 이름을 통일해야 한다. 자사몰과 플랫폼, 대리점에서 상품명과 모델 번호, 옵션 표기가 일치해야 한다.
- 가격과 재고를 최신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AI가 읽는 상품 피드와 실제 판매 화면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
- 제품의 차이를 데이터로 설명해야 한다. 소재, 크기, 성능과 호환성을 이미지가 아닌 텍스트 정보로도 제공해야 한다.
- 배송과 반품 조건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구매 이후의 불확실성이 크면 추천하기 어려운 상품이 될 수 있다.
- 외부 신뢰 신호를 관리해야 한다. 리뷰와 전문 평가, 판매자 정보가 브랜드의 주장을 뒷받침해야 한다.
- 어떤 질문에서 발견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브랜드명 검색뿐 아니라 구체적인 사용 상황에서도 후보로 나타나는지 살펴봐야 한다.
AI가 브랜드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설명하기 어렵고 확인할 수 없는 상품을 자신 있게 추천하기는 어렵다.
브랜드와 고객 사이의 새로운 문지기
백화점에는 바이어가 있었다.
어떤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어느 층에 배치할 것인지 정하는 사람이었다. 포털에는 검색 알고리즘이 있었고, 소셜미디어에는 추천 피드가 있었다. 브랜드와 고객 사이에는 언제나 누군가가 있었다.
AI 에이전트는 이 오래된 문지기의 새로운 모습일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상품을 진열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용자의 예산과 상황을 해석하고, 여러 상품을 비교한 뒤, 특정 제품을 추천하는 이유까지 설명한다. 권한이 주어지면 장바구니와 결제 단계로 넘어갈 수도 있다.
광고 산업도 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인터랙티브 광고 협회 테크랩(Interactive Advertising Bureau Tech Lab, IAB Tech Lab)은 에이전틱 광고 관리 프로토콜(Agentic Advertising Management Protocols, AAMP)을 통해 AI 에이전트가 미디어 탐색과 계획, 구매와 판매에 참여할 수 있는 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아직 모든 광고와 상품 거래가 AI 에이전트에 의해 이뤄지는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상품을 고르는 AI와 광고를 사고파는 AI가 동시에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브랜드가 상대해야 할 대상을 넓힌다.
다음에 확인해야 할 것은 노출이 아니라 실제 선택이다
AI 쇼핑이 하나의 유통 채널로 자리 잡을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 특정 AI 서비스에서 상품이 한 번 추천됐다는 사실만으로 시장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확인할 것은 AI가 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는 설명보다 실제 구매 행동이다.
WHAT TO WATCH
- AI 쇼핑 서비스에서 상품 페이지로 이동하는 유입과 구매가 실제로 늘어나는가
- 더 많은 판매자가 상품 피드와 결제 시스템을 AI 플랫폼에 연결하는가
- 추천 결과가 일부 대형 판매자와 브랜드에 집중되는가
- 작은 전문 브랜드도 구체적인 사용 조건에서 추천 후보로 등장하는가
- 브랜드가 AI 기반 상품 발견과 전환을 별도 지표로 측정하기 시작하는가
AI 쇼핑의 핵심 변화는 AI가 결제를 대신한다는 데만 있지 않다.
소비자가 상품을 보기 전에 비교 기준을 만들고 후보를 줄이는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브랜드는 이제 사람의 기억 속에서만 경쟁하지 않는다. AI가 읽을 수 있는 정확한 상품 정보와 신뢰할 수 있는 구매 조건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AI에게 선택받는 것이 마지막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고객을 만나기 위해 새로 생긴 입구에 가깝다. 그 입구를 통과한 뒤 무엇을 남길 것인지는 여전히 브랜드의 몫이다.
AI 쇼핑은 소비자를 대신해 모든 구매를 결정하는 기술이라기보다, 상품을 발견하고 비교하는 초기 과정을 바꾸는 기술에 가깝다. 소비자가 직접 시장 전체를 살펴보기 전에 AI가 가격, 재고, 기능, 리뷰와 판매 조건을 읽고 후보를 좁힌다. 브랜드는 사람에게 기억되는 이야기뿐 아니라 AI가 확인할 수 있는 정확한 상품 데이터와 신뢰 정보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
FAQ
자주 묻는 질문
Q. AI가 직접 브랜드와 제품을 선택합니까?
AI는 사용자의 질문과 확보한 상품 정보를 바탕으로 비교 후보를 정리합니다. 최종 선택은 대체로 소비자가 하지만, 소비자가 실제로 보는 후보의 범위를 AI가 먼저 좁힐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Q. 기존 검색엔진 최적화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검색 가능한 상품 페이지와 구조화 데이터, 정확한 제품 정보는 AI가 상품을 이해하는 기반으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SEO가 사라진다기보다 상품 데이터와 외부 신뢰 관리까지 범위가 넓어지는 쪽에 가깝습니다.
Q. 상품 피드만 정확하면 AI가 추천해 주나요?
상품 피드는 기본 조건이지 추천을 보장하는 장치는 아닙니다. 제품의 적합성, 판매 조건, 리뷰, 판매자 정보와 사용자의 구체적인 요구가 함께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작은 브랜드는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나요?
어떤 사람의 어떤 상황에 적합한 제품인지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 설명을 제품 속성, 가격과 재고, 실제 후기, 배송과 반품 정책이 일관되게 뒷받침해야 합니다.
TERMINOLOGY
본문에 나오는 주요 용어
| 용어 | 뜻 | 이 글에서 볼 지점 |
|---|---|---|
| AI 쇼핑 | AI가 사용자의 요구를 해석하고 상품 탐색과 비교, 일부 구매 절차를 지원하는 방식 | 최종 결제보다 상품 후보를 좁히는 초기 과정의 변화가 중요하다. |
| 에이전틱 커머스 | AI 에이전트가 사용자를 대신해 상품 탐색, 비교, 장바구니와 결제 같은 작업을 수행하는 커머스 구조 |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에 AI가 새로운 중개 계층으로 들어온다. |
| 상품 피드 | 상품명, 가격, 재고, 이미지와 속성 정보를 플랫폼에 전달하는 데이터 파일 또는 연결 방식 | 실제 판매 화면과 데이터가 다르면 정확한 상품 비교가 어려워질 수 있다. |
| UCP | AI 에이전트와 판매자 시스템이 커머스 과정에서 정보를 주고받도록 설계된 개방형 프로토콜 | AI 쇼핑이 개별 서비스 기능에서 산업 연결 구조로 확대되는 신호다. |
References
- [1] OpenAI | Introducing shopping research in ChatGPT
- [2] OpenAI | Powering Product Discovery in ChatGPT
- [3] Google | New tech and tools for retailers to succeed in an agentic shopping era
- [4] Google | AI shopping gets simpler with Universal Commerce Protocol updates
- [5] Google | How we’re helping retailers thrive with new UCP features and AI tools
- [6] Amazon | Amazon introduces feeds for AI-powered Shop Direct
- [7] Google Search Central | Introduction to Product structured data
- [8] IAB Tech Lab | Agentic Advertising Management Protoco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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